구매전환 7단계 · 2화 · ① 동기

추위가 아니라 '죄책감'을 팔았습니다.

같은 욕실 난방기. 제품은 하나도 안 바꾸고, 파는 '이유'만 바꿨습니다. 그러자 겨울 한 시즌에 10억이 팔렸습니다.

지난 화에서, 팔리는 데는 일곱 단계가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그 첫 단추, ①동기입니다. 고객이 '왜 사는가'를 잡는 단계죠. 이게 어긋나면 나머지 여섯 단계가 전부 헛돕니다. 반대로 이걸 제대로 잡으면, 그다음이 놀랍도록 술술 풀립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여기서 1차원적인 답에 멈춥니다. 난방기니까 '추위', 장난감이니까 '재미'. 누구나 바로 떠올리는 답이죠. 문제는, 그 답으로는 가격 싸움밖에 남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럼 진짜 동기는 어떻게 찾을까요. 그 전에 '동기'가 뭔지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01

이론 · 동기란 무엇인가

동기는 '이상과 현재의 격차'입니다

어렵게 볼 것 없습니다. 한 문장이면 됩니다. 동기 = 이상적 상태 − 현재 상태. 고객이 되고 싶은 모습지금 처한 모습, 그 격차를 메우려는 마음. 그게 동기입니다. 그러니 동기를 잡는다는 건, 고객이 어떤 격차 때문에 괴로운지를 알아내는 일이죠.

되고 싶은 모습
이상적 상태
지금 처한 모습
현재 상태
=
그 격차를
메우려는 마음
동기

이 격차, 즉 동기는 다섯 층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심리학자 매슬로우의 '5대 욕구'를 저는 구매 동기로 번역해서 씁니다. 아래로 갈수록 근본적인 생존의 문제이고, 위로 갈수록 고차원적인 욕구죠.

⑤ 자아실현"나답게 살고 싶다"
④ 존중과시하고 싶다, 인정받고 싶다
③ 소속 · 애정선물하고 싶다, 함께하고 싶다
② 안전  불안을 없애고 싶다오늘 사례
① 생존  당장 필요하다

매슬로우의 5대 욕구

재밌는 건, 오늘 볼 앞의 두 사례가 모두 ②안전(불안 해소)을 건드린다는 겁니다. 욕실온풍기의 '죄책감'도, 당그니 3d펜의 '아이가 데일까 봐'도 모두 안전 욕구예요. 사람은 무언가를 얻으려는 마음보다, 잃을까 두려운 마음에 훨씬 크게 움직이거든요. 이 '손실 회피' 심리를 건드릴 수 있으면, 동기의 절반은 잡은 셈입니다.

한 가지만 주의하세요. 동기에는 원래 있던 자연적 동기와, 없던 걸 광고로 만들어낸 인위적 동기가 있습니다. 대기업은 막대한 광고비로 인위적 동기를 창조하지만, 자본이 적은 우리는 이미 존재하는 자연적 동기에 올라타는 게 안전합니다. 없는 욕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있는데 아무도 안 건드린 욕구를 먼저 짚는 겁니다. 지금부터 그 실제 사례 셋을 보시죠.

02

사례 1 · 바툼 욕실온풍기

따뜻함을 판 게 아니라,
엄마의 죄책감을 덜어줬습니다

욕실 난방기 시장은 전부 '따뜻함'을 말합니다. 어느 제품이나 따뜻하니, 결국 가격 싸움이 됩니다. 여기에 뛰어들어선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와 바툼 임직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시장조사부터 다시 했습니다.

그렇게 찾은 진짜 동기는 뜻밖의 것이었습니다. 겨울철 아이를 목욕시킬 때 부모가 느끼는 죄책감. 추운 욕실에서 아이가 목욕을 힘들어하고, 결국 목욕을 거절하면, 그걸 지켜보는 어머니의 마음에 스트레스와 죄책감이 쌓입니다. 이게 바로 아까 말한 ②안전의 욕구죠. 고객이 돈을 낸 건 '따뜻한 바람'이 아니라, 그 죄책감을 던 대가였습니다.

누구나 떠올리는 답

"추위 막는 난방기"

한 겹 아래의 진짜 동기

"육아맘의 죄책감"

바툼 욕실온풍기 제품
같은 욕실 난방기입니다. 파는 이유를 바꾸자, 완전히 다른 제품이 되었습니다.

동기가 잡히자, 나머지가 딸려 왔습니다. UVP는 '추운 욕실에서 아이를 목욕시키는 육아맘'을 위한, 1초 발열에 대표가 직접 5년 AS를 보증하는 안심 난방기로 정리됐습니다. ②탐색 단계의 키워드도 '아이 목욕', '육아 욕실'로 바로 걸었고, 상세페이지엔 무타공 설치, 5년 AS처럼 어머니가 혹할 재료를 넣었습니다. 첫 단추 하나가, 나머지 단추를 전부 꿰어준 겁니다.

욕실온풍기 상세페이지. 4계절 사용, 곰팡이와 물때, 빠른 환기
상세페이지는 난방 성능을 나열하지 않습니다. 4계절 사용, 곰팡이와 물때, 빠른 환기. 욕실에서 보내는 생활 전체를 말하고 있죠.

그리고 그 결과는, 숫자로 돌아왔습니다.

겨울 10억

한 시즌 매출

4,700개

누적 판매

4.9점

별점 평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같은 동기가 다른 모델에서도 그대로 통했습니다.

바툼 욕실온풍기 2.0 와디즈 펀딩 3억 3,445만원 달성
같은 동기로 만든 욕실온풍기 2.0은 와디즈 펀딩에서 3억 3,445만원, 목표의 66,890%를 모았습니다. 동기가 맞으면 제품이 바뀌어도 계속 팔립니다.
03

사례 2 · 당그니 3d펜

부모가 산 건 3d펜이 아니라
'데지 않는다'는 안심이었습니다

완구도 똑같았습니다. 당그니 3d펜은 원래 어른이 쓰던 3d펜을 어린이용으로 타겟만 바꾼 제품입니다. 처음엔 동기를 '3d펜을 갖고 싶다'로 잡을 뻔했죠. 그런데 정작 지갑을 여는 부모님들은 3d펜이 뭔지조차 잘 모릅니다.

부모의 진짜 마음은 딴 데 있었습니다. '뜨거운 펜에 우리 아이가 데지 않을까.' 3d펜은 필라멘트를 녹여 짜내는 물건이라, 성인용은 100도까지 올라갑니다. 당그니는 60도 저온이라 손에 닿아도 데지 않죠. 여기서 건드린 것도 ②안전의 욕구였습니다. '그리는 재미'가 아니라, '데지 않는 안심'이 진짜 동기였던 겁니다.

그래서 컨셉을 두 겹으로 잡았습니다. 부모가 3d펜을 모르니 '그리는 펜이 아닌 만드는 펜'으로 먼저 설명하고, 그 위에 진짜 USP인 '어린이 3d펜의 대명사'를 얹은 거죠.

진짜 동기를 잡고 나자, UVP도 세 조각으로 맞춰졌습니다. 나은 점(A)·새 혜택(B)·차별화(C)를 차례로 겹쳐, 문장 하나를 뽑아낸 겁니다.

A ∩ B ∩ C 를 겹치면
"아이가 안전하게 쓰는
귀여운 당근 모양 3d펜"

= 어린이 3d펜의 대명사

안전은 말로 백 번 설명하기보다, 녹은 필라멘트를 맨손에 대고 그려도 뜨겁지 않은 장면을 한 번 보여주는 게 빨랐습니다. 그렇게 잡은 동기는, 숫자로 남았습니다.

15,497건

누적 구매

5,453건

리뷰 수

10·17만

유튜버 베리 콜라보 조회수

당그니 3d펜 상품 정보. 리뷰 5,453건, 구매건수 15,497건
당그니 3d펜 상품 페이지. 구매 15,497건, 리뷰 5,453건.

두 사례가 한 일은 똑같습니다. 표면의 답을 버리고, 한 겹 아래의 감정으로 내려간 겁니다.

04

사례 3 · 오누즈 완구

동기가, 사는 사람에게
없을 때도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무엇이 진짜 동기인가'였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그 동기가 '누구'에게 있느냐입니다. 제가 파는 남아 장난감 트랜스브릭봇을 보시죠. 비행기와 자동차를 여러 대 만들어 합체시키면 하나의 큰 로봇이 되는 완구입니다.

오누즈 트랜스브릭봇 완구
TV광고로 아이에게 먼저 알린 6종 합체 완구. 조르는 쪽이 아이라, 광고도 아이에게 갑니다.

갖고 노는 사용자는 아이, 돈을 내는 구매자는 부모입니다. 그럼 마음을 움직여야 할 구매결정자는 누구일까요? 이런 로봇을 부모가 앞장서서 사주는 일은 잘 없습니다. 대개 아이가 사달라고 조르니까 사주죠. 즉 구매결정자는 아이입니다. 그래서 광고는 부모가 아니라, 아이들이 보는 TV와 키즈 유튜브에 해야 합니다.

반대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에게 교훈을 주는 동화책 30권 세트 같은 교구는, 아이가 먼저 사달라는 법이 없습니다. 부모가 알아서 사주죠. 그래서 이건 어머니들이 모인 인스타그램에 광고해야 합니다.

트랜스브릭봇 · 완구

아이가 조른다
구매결정자 = 아이
TV · 키즈 유튜브

동화책 30권 · 교구

부모가 사준다
구매결정자 = 부모
인스타그램

같은 '아이용'인데 광고 채널이 정반대입니다. 동기가 '누구'에게 있느냐로 갈립니다. 흥미로운 건, 욕실온풍기는 부모의 동기를 건드렸고 트랜스브릭봇은 아이의 동기를 건드렸다는 겁니다. 같은 '아이를 위한 소비'인데 동기의 위치가 정반대죠. 이 갈림길을 처음에 잘못 짚으면, 광고비를 엉뚱한 곳에 다 태우게 됩니다.

오늘 세 사례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동기는 제품 안에 있지 않습니다. 고객의 마음 한 겹 아래, 혹은 결제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있습니다.

동기를 잘못 잡으면 가격 싸움뿐,
제대로 잡으면 여섯 단계가 열립니다.

05

대표님 차례

오늘 이 질문 하나만
던져보십시오

대표님 상품을 떠올리시고, 지금 상세페이지에 적어둔 '사야 할 이유'를 한번 보세요. 그게 누구나 떠올리는 1차원적인 답은 아닌지. 난방기의 '추위', 3d펜의 '그리는 재미' 같은 답 말입니다.

"내 고객은, 표면 아래
어떤 마음으로 사는가?"

그 답이 안 나오면 두 상태를 각각 적어보세요. 고객이 지금 처한 모습되고 싶은 모습. 동기가 약하게 느껴진다면 둘 중 한쪽을 아직 충분히 깊게 보지 못한 겁니다.

다음 화는 ②탐색입니다. 동기를 잡았으면, 이제 고객이 그 상품을 '어떻게 찾느냐'가 남습니다. 같은 상품인데 키워드 하나로 전환율이 7.7배 갈린 이야기를 가져오겠습니다. '무릎보호대'와 '노인 무릎보호대', 단어 하나 차이였습니다.

셀러박사 전준혁
다음 화 · 같은 상품, 검색어 하나에 7.7배 차이가 났습니다

혼자 하지 마세요

내 상품의 동기, 다시 잡아보기

커뮤니티에는 단계별 개선 사례가 계속 올라옵니다. 대표님 상품의 동기를 다시 잡아보시고, 막히면 물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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